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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ejun Yu Published on August 6, 2026

씨줄과 날줄 — 사람에 대한 투자, 그리고 수평 거버넌스

씨줄과 날줄 — 사람에 대한 투자, 그리고 수평 거버넌스

대학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 가운데 상당수를, 그 일을 가장 짧게 해본 사람이 내립니다. 보직의 임기는 대개 2년입니다. 행정 부서의 담당자도 많은 경우 2~3년이면 자리를 옮깁니다. 두 겹의 순환이 겹치면서 대학 행정에는 기묘한 공백이 생겼습니다. 아무도 오래 머무르지 않으므로, 전문성이 머물 자리가 없습니다.

이것은 누구의 태만도 아닙니다. 설계의 결과입니다. 순환보직은 권한의 집중을 막고 공정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이며, 그 취지는 지금도 유효합니다. 다만 그 제도가 치르는 비용을 우리는 오래 계산하지 않았습니다.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같은 자료를 다시 만들고, 지난해에 매듭지은 쟁점을 처음부터 다시 설명하는 일. 그 반복이 개인의 능력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서 논의는 시작되어야 합니다.

베틀에서 천은 두 개의 실로 짜입니다. 세로로 팽팽하게 걸리는 날줄과, 그 사이를 가로질러 오가는 씨줄입니다. 대학에 옮겨 보면 교육과 연구의 역량이 날줄이고, 그것을 지탱하는 행정의 전문성이 씨줄입니다. 어느 실이 더 중요한가는 물을 수 없는 질문입니다. 날줄만으로도 씨줄만으로도 천은 되지 않으며, 한쪽이 성기면 다른 쪽도 제 힘을 내지 못합니다.

이 두 실이 사람의 집단을 가리키지 않는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논문을 쓰는 교수는 날줄을 짜지만, 연구비 정산서를 앞에 둔 그 시간에는 씨줄을 짜고 있습니다. 한 사람이 하루 안에 두 실을 오갑니다. 그리고 씨줄이 촘촘할수록 날줄은 더 팽팽하게 버팁니다. 그러므로 이것은 어느 집단을 위한 요구가 아니라, 대학이라는 천이 어떻게 짜이는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여기까지 오면 ’사람에 대한 투자’의 뜻이 달라집니다. 그것은 처우의 조정에 앞서 축적의 조건을 만드는 일입니다. 저는 세 가지를 제안합니다. 한 영역에 충분히 머물러 전문가가 될 수 있는 경력 경로, 쌓인 판단이 다음 담당자에게 온전히 넘어가는 기록의 체계, 그리고 그렇게 축적된 전문성이 평가와 승진에서 실제로 인정받는 구조입니다. 예산보다 제도의 문제이며, 대학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수평 거버넌스에 대한 오해 하나를 짚고 싶습니다. 수평은 태도가 아니라 역량의 문제입니다. “동등하게 존중하겠다”는 말은 아무리 진심이어도 시혜적으로 들립니다. 존중을 베푸는 쪽과 받는 쪽이 이미 나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전문가끼리는 원래 수평입니다. 상대가 그 영역을 나보다 잘 안다면, 수평은 선언할 필요조차 없이 성립합니다. 그러니 수평 거버넌스는 회의의 자리 배치를 바꾸는 것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전문성이 축적되어야 비로소 성립합니다.

기초교육원과 자연과학대학에서 제도를 고칠 때마다 저는 먼저 실무를 맡은 분들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배운 것은 현장의 담당자가 오래 축적한 판단이 종종 기획안보다 정확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전국자연과학대학장협의회에서 정부 부처와 정책을 조율할 때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협상의 힘은 직위가 아니라 축적된 사실에서 나왔습니다.

다만 사람의 기억에만 기대는 축적은 언젠가 끊깁니다. 사람이 옮겨가도 판단의 근거가 남으려면, 그 근거는 기록되고 공유되어야 합니다. 기관의 기억을 데이터가 대신 짊어지는 문제는 다음 글에서 이어가겠습니다.

This article was updated on August 6,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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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jun Yu

Jaejun Yu

Professor of Physics,
College of Natural Sciences, 
Seoul National University

Instagram: @jyu.sn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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