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작동하는 대학 — 증거가 관행을 대체할 때

데이터로 작동하는 대학 — 증거가 관행을 대체할 때
정확한 답은 저도 알지 못합니다. 그리고 그 사실 자체가 하나의 진단입니다. 분석은 보고서로 남고 결정은 회의실에서 따로 납니다. 두 흐름이 만나는 지점이 제도로 규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문제는 데이터가 없다는 데 있지 않습니다. 데이터가 결정에 닿는 경로가 없다는 데 있습니다.
지난 글에서 저는 대학 행정에 전문성이 축적되지 않는 구조를 말씀드렸습니다. 사람이 옮겨가면 그가 쌓은 판단도 함께 떠납니다. 남을 수 있는 것은 기록뿐입니다. 그러므로 데이터는 효율의 문제이기 이전에 기억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기억에는 방향이 있습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질문이 나옵니다. 그 기억을 누가 볼 수 있습니까.
지금 대학에서 어떤 결정에 반대하려면 근거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근거가 되는 자료는 그것을 관리하는 부서에 모이게 마련입니다. 누가 감추어서가 아니라 자료를 다루는 일이 본래 그 부서의 업무이기 때문에 생긴 자연스러운 결과입니다. 다만 결과는 같습니다. 근거를 가진 쪽만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자료를 공개한다는 것은 편의를 제공하는 일이 아니라 반박의 자격을 나누는 일입니다.
분명히 해 둘 것이 있습니다. 데이터는 자원 배분의 근거가 될 수 있고 또 되어야 합니다. 저는 그 점을 감추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그 근거는 공개되어야 하고 반박 가능해야 합니다. 그리고 데이터는 결정을 돕는 언어이지 결정을 내리는 주체가 아닙니다. 강의평가 점수가 낮다는 사실 하나로 그 수업의 가치를 판단할 수 없는 것처럼, 숫자의 해석에는 언제나 학문적 판단이 함께 놓여야 합니다.
저는 세 가지를 제안합니다. 첫째, 공개를 기본값으로 삼는 것입니다. 결정의 근거가 된 자료는 결정과 함께 공개되어야 합니다. 둘째, 분석을 절차 안으로 들이는 것입니다. 새 기구를 만들자는 뜻이 아닙니다. 이미 쌓여 온 분석 역량이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자연스럽게 닿도록 경로를 정하자는 것입니다. 셋째, 읽는 법을 함께 익히는 것입니다. 데이터를 해석하는 능력은 담당 부서의 기술이 아니라 결정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의 소양이어야 합니다.
한 가지 하한선을 덧붙입니다. 예측은 개입의 근거이지 분류의 근거가 아닙니다. 어려움을 겪을 학생을 미리 알아보는 일은 그를 돕기 위한 것이지 그를 표시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이 선이 무너지면 데이터가 쌓일수록 신뢰는 오히려 줄어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