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ejun Yu
  • Home
  • Blog
  • Catagories
  • About me
    • CV
    • CV (한글)
    • Publications
      • Invited Talks
      • Conference Presentations
      • Books
      • Tutorials

By Jaejun Yu Published on August 10, 2026

학부와 대학원, 두 개의 시계

학부와 대학원, 두 개의 시계

기초교육원과 자연과학대학, 두 곳에서 일해 보고 나서야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같은 대학인데 시간의 단위가 달랐습니다.

기초교육원에서 제도를 설계할 때는 늘 4년을 생각했습니다. 지금 들어온 신입생이 졸업할 때 무엇을 갖추고 나갈 것인가. 그 4년 안에 답이 나와야 했습니다. 자연과학대학에서 연구 환경을 결정할 때는 달랐습니다. 지금 시작하는 연구가 결실을 보는 데는 10년이 걸리고, 그 사이 오랫동안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사실 이 두 시계는 모든 교수의 하루 안에도 함께 들어 있습니다. 오전에 학부 강의를 하고 오후에 박사과정 학생의 실험 결과를 들여다봅니다. 같은 사람이 같은 날 하는 일인데, 하나는 4년 뒤 졸업을 향하고 다른 하나는 10년 뒤에나 답이 나올지 모릅니다.

문제는 우리 조직이 그 두 시계를 학과라는 하나의 그릇에 함께 얹어 두고 있다는 것입니다. 학과는 학부 교육의 단위이면서 동시에 연구의 단위입니다. 예산도 인사도 평가도 그 하나의 단위를 통해 흐릅니다. 서로 다른 주기를 요구하는 두 임무가 같은 저울에 놓이면, 대개 눈에 보이는 쪽이 이깁니다. 4년은 눈에 보이고 10년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 지금 이 이야기를 꺼내는가. 최근 제도가 조용히 문 하나를 열었기 때문입니다. 2024학년도 2학기부터 대학은 학사 정원 한 명을 줄여 석사나 박사 정원 한 명을 늘리는 조정을 자율로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전에는 두 명을 줄여야 했고 교원확보율 요건도 붙었습니다. 그 문턱이 낮아진 만큼 판단의 몫은 대학으로 넘어왔습니다.

그 문이 열린 지 두 해가 되어 갑니다. 그동안 우리가 이 문제를 어디에서 논의했는지 저는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논의가 없었던 이유가 신중함이었다면 다행입니다. 다만 저는 다른 가능성을 걱정합니다. 그 판단을 내릴 자리가 애초에 없었던 것은 아닌가.

한 가지를 분명히 하겠습니다. 저는 정원을 어느 쪽으로 옮기자고 말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그 판단은 글 한 편이 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답해서도 안 됩니다. 제가 말씀드리려는 것은 그보다 앞의 문제입니다.

지금의 구조에는 그 자리가 없습니다. 각 단과대학은 자기 학문 분야의 미래를 책임지는 자리에 있고, 그 관점에서 정원을 지키는 것은 마땅한 책무입니다. 대학원은 그 구조 위에 얹혀 있습니다. 학부와 대학원을 함께 저울에 올려놓고 대학 전체의 관점에서 판단할 자리가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지난 글의 마지막에서 짚었던 것처럼, 이 공백이 가장 무겁게 걸리는 자리가 대학원생과 신진 연구자들의 자리입니다. 이들은 배우는 사람이면서 동시에 연구를 수행하는 사람이고, 소속은 학과에 있으나 처지는 연구비 사정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런데 우리 조직에는 그 이중의 위치에 맞는 자리가 따로 그려져 있지 않습니다. 흔히 처우의 문제로 이야기되지만 그 뿌리는 소속의 문제이고, 소속의 문제는 곧 조직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제안합니다. 학부 교육과 대학원 연구를 하나의 조직에 얹어 두지 말고, 서로 다른 트랙으로 나누어 각자의 권한과 책임을 갖게 하자는 것입니다. 이것은 학과를 없애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조직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임무를 나누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분리가 이루어져야 비로소 새로운 학위 구조를 설계하거나 해외의 우수한 연구자를 맞아들이는 일이 가능해집니다. 그런 일은 학과 하나의 힘으로는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정원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그다음 질문입니다. 다만 그 질문에 답하려면 조직이 먼저 서야 하고, 조직이 서면 곧바로 다음 질문이 따라옵니다. 그 조직을 무엇으로 지탱할 것인가. 재정의 문제입니다.

 

This article was updated on August 10, 2026
  • Social Media
Previous Post
데이터로 작동하는 대학 — 증거가 관행을 대체할 때
Jaejun Yu

Jaejun Yu

Professor of Physics,
College of Natural Sciences, 
Seoul National University

Instagram: @jyu.snu

© 2024 Jaejun Y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