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자가 대학교육 행정의 문에 들어선 이유 — 학부 정원이라는 우연에서 시작된 질문

마침 비슷한 시기 기초교육원이 새로 개설한 핵심교양 강의 ’미시세계와 거시세계’를 맡으면서 신입생들을 가까이서 보게 되었습니다. 막 입학한 학생들이 학문의 지형을 탐색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연구실에서만 세상을 보던 제게 전혀 다른 질문을 안겨주었습니다. 서울대학교에 입학한 학생이라면 누구나 거쳐야 할 1학년 교육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추진단의 동료 교수들과 함께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그려나간 결과가 지금의 자유전공학부 교육과정 설계의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깨달은 것은 단순했습니다. 좋은 교육철학은 그것을 뒷받침하는 대학교육 행정 구조가 없으면 종이 위의 구상으로 끝난다는 사실입니다. 이 원칙은 10년 뒤 다시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2019년 기초교육원장으로 부임했을 때, 대학가에는 AI 붐과 함께 코딩 교육을 필수과목으로 지정하려는 경쟁이 번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다른 판단을 내렸습니다. 학생들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특정 프로그래밍 언어가 아니라 컴퓨터처럼 생각하는 법(computational thinking)과 데이터로 사고하는 법(data thinking)의 기초였고, 고교 시절 고급 수학을 배우지 않은 인문·사회계열 학생까지 끌어안는 설계가 필요했습니다. 10여 명의 전문가 교수님들과 함께 매달려 ’처음 만나는 컴퓨팅’이라는 교과목을 만들었습니다. 필수과목이 아니었음에도 이 과목은 현재 매년 1천6백여 명에 가까운 학생이 찾는 과목으로 자랐습니다. 당시 교육의 목표를 눈앞의 코딩 기술에 묶어두었다면 닿지 못했을 결과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