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의 첫 관문에서 연구의 최전선까지, 두 역할이 하나의 궤적이었음을 확인하며 ...

"단과대학의 경계가 끝나는 자리에서, 서울대학교 전체를 향한 같은 질문이 시작됩니다."

대학에는 두 개의 시간이 흐릅니다. 한쪽에는 신입생이 처음 강의실에 앉아 학문의 첫 고지들을 바라보는 시간이 있고, 다른 쪽에는 그 인재가 수십 년 뒤 세계 학술지의 최상단에 최초의 질문을 올리는 시간이 있습니다. 좋은 대학 행정이란 단절되어 보이는 이 두 시간 사이의 거리를 좁히고, 그 흐름을 하나의 온전한 생태계로 연결하는 일입니다.

오늘로 자연과학대학 학장으로서의 소임을 마칩니다. 지난 4년의 치열했던 궤적을 돌아보면서, 이 자리에 오기 전 기초교육원장으로서 보낸 시간이 마음속에 깊이 겹쳐옵니다. 서울대학교에 입학한 모든 계열의 학생들이 처음 대학의 언어를 배우고 지성적 정체성을 형성하는 공간, 그 통합 플랫폼의 설계를 맡았던 시절입니다. 신입생 세미나와 피어 튜터링 제도를 안착시키고 인문과 사회, 예술과 이공계의 칸막이를 넘어 공통의 지적 기반을 닦았던 이유는 대학에서의 첫 1년이 남은 전 생애의 학문적 안목을 결정한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후 자연과학대학장을 맡았을 때, 저는 그 토대 위에서 피어난 또 다른 질문 앞에 서야 했습니다. 그렇게 다원적 기반을 다진 인재들이 세계 최전선의 연구에 더 빠르게, 그리고 더 깊게 도달할 수 있으려면 거버넌스는 어떻게 진화해야 하는가.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학사 제도의 과감한 유연화를 선택했습니다. 2026학년도부터 도입된 기초과목 면제 제도는 이미 역량을 갖춘 학부생들이 1학년 때부터 불필요한 정체 없이 심화 연구와 최초의 질문에 몰입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구체적 실행이었습니다. 나아가 전공의 사일로에 갇힌 추격자형 연구 패러다임을 극복하기 위해 교수 100명과 실험실 100개가 장벽 없이 융합하는 1만 제곱미터 규모의 초학제 실험 공간, NEXST Lab의 청사진을 조립해 냈습니다. 또한 연구자가 외부의 규제에 흔들리지 않고 자율성을 지켜낼 수 있도록 시스템적 기부 문화를 확립하여 1,000억 원 규모의 무주 쎈 연구기금을 유치하는 재정적 독립의 기반도 마련하고자 했습니다.

어느 것 하나 완성이라 감히 부르기 어렵지만, 우리가 나아간 방향만큼은 결코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두 역할을 관통했던 공통된 방법론은 단순하면서도 확고합니다. 사람이 성장하는 경로 위에서 가능성을 가로막는 제도적 걸림돌과 경직된 관료주의를 하나씩 치워내는 것입니다. 입학 첫날의 설렘이 연구자로 완성되는 성숙의 순간까지 온전히 이어지도록 대학의 아키텍처를 고치는 일, 이것이 제가 대학 행정을 이해하고 실천해 온 방식입니다.

단과대학장이라는 한 단위의 과업이 마무리된다고 해서 고등교육을 향한 근본적인 질문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이제는 단과대학의 경계를 넘어 서울대학교라는 지성 생태계 전체를 대상으로 동일한 질문을 이어가야 할 때입니다. 우리의 제도가 진정 인재의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는지, 외부의 규제로부터 학문의 주권을 온전히 수호하고 있는지, 이 질문들을 대학 구성원과 함께 끊임없이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이 앞으로 제가 해야 할 일입니다.